詩가 있는 아침

초록별’ - 오세영(1942~ )

시인 최주식 2009. 12. 9. 23:08

초록별’ - 오세영(1942~ )

 

 

해오라기, 뜸부기, 물떼새 모두 떠나고

강물조차 얼어붙은 겨울 어스름,

빈들엔

갈대 홀로 어두운 하늘을 향해

낡은 하모니카를 분다.

허수아비, 허수아비

마른 어깨너머 하나, 둘 돋아나는

초록별.


이룬 건 없는데 벌써 새 달력 부산히 오가는 계절. 겨울 어스름 녘 시인은 왜 빈 들에 나가는가. 철새들 떠난 얼어붙은 강 춥게 바라보는가. 제철 지난 낡은 갈대, 허수아비 되려 하는가. 허정(虛靜)하게 허허롭게 비운 마른 어깨 위 별 하나 둘 돋게 하려는가. 그래서 시인 아니던가. 이미 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사이의 허공, 그 궁핍한 시간에 인간의 별로 뜨는 게 시 아니던가.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