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골뱅이’-방남수(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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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식은 국물처럼 흐린 하늘
쏟아져 내리는 오후
극동빌딩 골목길 우산 없이 지날 때
육중한 윤전기 소리 달다
충무로에는 소문난 골뱅이 집들 많지
순한 연체 고둥과 코를 찌르는 독한 대파가
만나 어우러진 맛의 기막힌 궁합
네가 있어 가난한 살림에도
나 오늘 하루쯤 영화롭고 즐겁구나
아내와 크게 다툰 날이면
절로 떠오르는 집
영락(永樂)이여, 얼얼 매콤한 사랑이여
영화인과 출판인들 많이도 드나들던 충무로. 엑스트라 공친 날이든, 인쇄소에 편집 마무리해 넘긴 날이든 골목에 즐비한 골뱅이 집 찾아 얼얼 매콤하게 어우러지곤 했지. 알싸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에 남 말 씹을 틈도 없이 서로의 가난한 주머니도 즐거웠지. 적당히 굶주린 배가 영락으로 번져간다는 걸 체감케 한 충무로 그 골뱅이 집.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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