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김창균(1966~ )
올해가 끝이겠구나 하면
또 밀고 올라오는 것
자신을 모두 밀어 올려
가난의 끝에 까치발을 하고 서 보는 일
허리가 아프도록 서서
큰소리로 한 번 우는 것
세상의 슬픈 것들은 이다지도 높아
소리마저 절멸한 곳에서
가장 연약하고 가난한 끝에
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일
층층나무 한 그루를 오래 만지다 오는 길
오오, 보살이여
깨끗한 절벽이여
누군가의 무동을 타고 잠깐 본 허공이여.
이제 끝인가 하며 깊은 산 굽이굽이 돌아 지친 곳, 돌탑들 쌓여있고. 제각각 까치발로 올려놓은 무동 탄 아찔한 층층의 염원들. 강남 한복판 봉은사에 우뚝 선 미륵대불 앞에 가부좌로 한참 가만 앉아 있으면 슬픔도 염원도 사그라지며 들리는 소리. 마음속에서인지, 부처님 너머 허공에서인지 들려오는 풍경 소리. 하니 가난의 끝 까치발 바라본 것은 슬픔도 절벽도 아닌 충만한 허공일 것을.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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