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가빠의 저녁’ -유홍준(1962~ )
| |
꼬챙이를 세고 구겨진 돈을 냈네
푸른 가빠는 쓸쓸하고
아늑하고
푸른 가빠는 왠지 국물처럼 서러워,
커다란 돌덩어리로 끄트머리를 눌러놓은 것 같은 청춘이 있었네
바람이 불면 그래도 들썽거리던 청춘이 있었네
푸른 가빠의 저녁
붉은 당근과
비릿한
오이와 매운 양파조각을 씹으며 나는 울었네
등받이가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울었네
맑은 소주잔처럼 엎드려 울었네
바람에 부푼 돛배처럼 떠갈까 네 귀퉁이 눌러놓은 포장마차. 어느 바람결에든 부풀고 싶은 청춘의 미련은 아직도인가. 쓸쓸하고 아늑하고 서러운 생(生)의 포장마차. 기댈 데 없는 생이 홀로 마시는 술 소주잔처럼 맑고 눈물같이 서럽더냐. 이 세모(歲暮)의 저녁에 홀로 마시는 술이. <이경철·문학평론가>
'詩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정’-이육사(1904~44) (0) | 2009.12.18 |
---|---|
‘버리긴 아깝고’-박철(1960~ ) (0) | 2009.12.18 |
노숙(露宿)’-김사인(1955~ ) (0) | 2009.12.15 |
탑’ -김창균(1966~ ) (0) | 2009.12.15 |
바늘’ - 한광구(1944~ ) (0) | 2009.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