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긴 아깝고’-박철(19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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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주고받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문예지에 발표되는 시들 훑어보면 자신만을 위한, 혹은 평론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시들 많아 답답하고 우려스러운데. 이 시 참 후련하고 자연스레 통하고 있네요. 독자들과 뭔가 서로 맛있는 것 주고받고 있네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연말 모임 아니라 서로 맛있는 눈빛 주고받는 화통한 자리 가지시길.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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