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황태’ - 박기동(1953~ )

시인 최주식 2009. 12. 20. 15:23

황태’ - 박기동(1953~ )

이번 생이 다할 때까지

얼마나 더

내 몸을 비워야 할까,

내 고향은 늘 푸른 동해

그리워 마지못해

내설악 얼음물에도

다시 몸을 담근다.

그리워 마지못해

내설악 칼바람에도

다시 내 몸을 늘인다.

이번 생을 마칠 때까지

얼마나 더

내 몸을 비워야 할까,


내설악 동장군 칼바람에 황태 덕장 신바람 났겠다. 덕장 인부들 바쁜 손길에 칼바람에 무방비로 내걸리는 황태의 쫙 벌린 입, 입들. 춥다 추워 죽겠다는 비명인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고향서 햇살과 눈바람, 원초적 그리움 만나 어우러지는 희열의 입인가 보다. 얼고 녹고 다시 어는 희열로 제 몸 금실오라기같이 풀고 풀어내 중생의 어혈 든 몸과 마음 풀어주는 황태. 그 열락(悅樂)의 입, 입들이여.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