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김지하(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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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흩어지는 육신 속에서
샘물 소리 들려라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샘물 소리 들려라
한 가지 희망에
팔만사천 가지 괴로움 걸고
지금도 밤이 되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날 뿐
아무것도 없고
샘물 흐르는 소리만
귀 기울여 귀 기울여 들려라.
한 해 밤이 가장 긴 동짓날. 긴긴 밤 붉은 팥에 새하얀 찹쌀 옹심을 넣은 동지팥죽을 끓여먹으며 해 다시 떠오르길 기원해왔다. 어둠이 빛을, 겨울이 봄을 낳듯 거칠게 흩어진 우리네 육신 속에도 맑은 샘 줄기 솟구치고 있겠거늘. 팔만사천 괴로움 중에도 한 가지 희망은 걸려 있겠거늘. 긴긴 동짓날 밤 어둠 속에 모든 잡생각 묻고 가만히 우리 자신 들여다보면.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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