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역(驛)’-김승기(1960∼ )

시인 최주식 2009. 12. 23. 23:32

역(驛)’-김승기(1960∼ )

 

잎사귀 하나가

가지를 놓는다

한 세월 그냥 버티다 보면

덩달아 뿌리 내려

나무가 될 줄 알았다

기적이 운다

꿈속까지 따라와 서성댄다

세상은 다시 모두 역(驛)일 뿐이다

희미한 불빛 아래

비켜가는 차창을 바라보다가

가파른 속도에 지친 눈길

겨우 기댄다

잎사귀 하나

기어이 또

가지를 놓는다


어릴 때 칸칸마다 밤이 푸른 완행열차를 타고 와 편입된 도시의 삶. 학교 나오고 직업도 갖고 해 이제 뿌리내렸나 했더니 아닌가 보다. 돌고 돌고 갈아타고 갈아타는 환승, 주마등도 가파른 속도 어지러워 잠시 내려 바라본 삶. 이건 아닌가 보다. 세상 돌아가는 속도에 겨워, 제 스스로에 치여 내려놓은 삶에 또다시 어서 떠나라 기적 우는 생 자체가 역인 것인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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