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된 섬
-만재도 6
이생진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되었고
최익현 선생도 흑산도 진리에 유배되었다는데
여기 만재도는 섬 그 자체가 유배된 섬
흑산도에서 유배된 섬 가거도로 가고
가거도에서 유배된 섬 만재도로 가고
만재도에게 유배된 섬
'나'
내 섬엔 이름이 없다 '나'에게서 유배되면 어디로 가나
떠나지 못하는 것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은 섬이다
외로움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섬이다
외로움에 눌려 바위가 된 것은 섬이다
내가 너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것은 섬이요
네가 나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것도 섬이다
섬이 되지 않으려고 태양은 바다에서 떠났고
별도 바다에서 떠났지만 그들은 하늘에서 섬이 되었다
떠나지 않는 것들도 섬이다
그러나 한 시대의 섬이 되는 것도
한 시대의 고독을 기억할 수 있어 좋다
너는 만재도쯤에서 섬이 되라
언젠가는 저 별도 이 섬으로 올 거다
(주)시집<하늘에 있는 섬> (p.17-18)에서
'♣ 詩그리고詩 > 한국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피는 동백꽃 / 이생진 (0) | 2010.01.14 |
---|---|
절벽에서의 유혹 / 이생진 (0) | 2010.01.14 |
낚시꾼과 시인 / 이생진 (0) | 2010.01.14 |
벌레 먹은 나뭇잎 / 이생진 (0) | 2010.01.14 |
마종기 시모음 (0) | 2010.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