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혼자 피는 동백꽃 / 이생진

시인 최주식 2010. 1. 14. 21:46

혼자 피는 동백꽃 / 이생진

꽃 시장에서 꽃을 보는 일은
야전병원에서 전사자를 보는 일이야
꽃이
동백꽃이
왜 저런 절벽에서 피는지 알아?
그것도 모르면서 꽃을 좋아했다면
그건 꽃을 무시한 짓이지 좋아한 것이 아냐
꽃은 외로워야 피지
외롭다는 말을 꽃으로 한 거야
몸에 꽃이 필 정도의 외로움
이슬은 하늘의 꽃이고 외로움이지
눈물은 사람의 꽃이며 외로움이고
울어보지 않고는 꽃을 피울 수 없어
꽃한테 축하 받으려 하지 마
꽃을 달래줘야 해
외로움을 피하려다 보니 이런 절벽에까지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