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조

바람의 산란 / 배경희

시인 최주식 2010. 1. 24. 21:30

바람의 산란 / 배경희

 

모든 것이 사라져도 바람은 존재한다

수천 년 살아있는 혼들의 화석처럼

떠돌며 우리의 삶 속에 잔뿌리를 내린다

 

당신은 허공 속의 자궁에서 태어난다

힘들고 지친 자들의 울음을 파먹으며

온몸을 먹구름 속에 수없이 휘어가며

 

밤새 비 쏟아지고 나무를 두드렸던

바람새들 불러 모아 한바탕 쓸고 간

마당엔 햇살 물고기 푸륵푸륵 뛰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