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방임(放任) / 방기(放棄) [중앙일보]
경제학에서 쓰이는 ‘자유방임주의’란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가능한 한 배제하려는 경제사상 및 정책을 뜻하는 용어다. ‘자유방임’이나 “자녀를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무조건 방임하는 것은 좋지 않다”에서 ‘방임(放任)’은 돌보거나 간섭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버려 두는 것을 뜻한다. ‘방임’은 그 대상이 어느 정도 성장해 그냥 내버려 둬도 제 할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전제돼 있다.
“최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의식주를 챙겨주는 기본적인 보호조차 소홀히 하는 방임형 아동 학대가 큰 폭으로 늘었다”에서도 아동이 어느 정도 자라긴 했지만 제 앞가림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정도가 ‘방임’보다 더하다면 ‘방기(放棄)’를 사용해야 한다. ‘방기’의 棄는 ‘버릴 기’다. ‘방기’란 내버려 두고 아예 돌아보지 아니함을 뜻한다. 대상이 영·유아나 치매 노인일 경우 방기하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이보다 더한 것은 ‘유기(遺棄)’다. ‘유기’는 완전히 내다 버리는 것을 가리킨다. 遺도 버린다는 뜻이다. 대상을 보호하는 정도에 따라 과보호-보호-방임-방기-유기로 구별해 볼 수도 있겠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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