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후회와 뉘우침

시인 최주식 2010. 1. 25. 22:26

[우리말 바루기] 후회와 뉘우침 [중앙일보]

 

충동구매 후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괜히 샀어!” 또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선 양심의 가책을 받게 마련이다. “어찌됐든 남을 속이는 건 옳지 못해!”

두 사례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후회’와 ‘뉘우침’이다. 둘 다 잘못했다는 것이지만 충동구매 후 마음의 변화는 ‘후회’에 가깝고, 거짓말한 뒤의 의식 변화는 ‘뉘우침’에 가깝다.

‘후회’든 ‘뉘우침’이든 사전상으론 별 의미 차이가 없다. ‘후회’는 잘못을 깨치고 뉘우치는 것, ‘뉘우침’은 제 잘못을 깨닫고 마음속으로 가책을 느끼는 것이라고 풀이돼 있다. 일상에서도 구별 없이 사용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차이가 난다.

뉘우치는 행위는 주로 도덕·윤리적 기준에서 벗어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 하게 된다.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이 죄를 뉘우친 범인이 경찰에 자수하면서 해결됐다”처럼 쓰인다.

후회하는 행위는 도덕·윤리적인 잘못을 했을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쓰임이 더 광범위하다. 주로 자신의 언행을 돌이켜 보며 반성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차가 막힐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고 버스를 탄 게 후회된다” “친구에게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아 후회된다”처럼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