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김밥 마는 여자 / 장만호

시인 최주식 2010. 1. 26. 23:25

김밥 마는 여자 / 장만호

눈 내리는 수유 중앙 시장
가게마다 흰 김이 피어오르고
묽은 죽을 마시다 보았지, 김밥을 말다가
문득 김 발에 묻은 밥알을 떼어먹는 여자
끈적이는 생애의 죽간竹簡과
그 위에 찍힌 밥알 같은 방점들을,
저렇게 작은 뗏목이 싣고 나르는 어떤 가계家系를
한 모금 죽을 마시며 보았지
시큼한 단무지며 시금치며
색색의 야채들을 밥알의 끈기로 붙들어 놓고
붓꽃 같은 손이 열릴 때마다 필사되는
검은 두루마리, 이제는 하나가 된
그 단단한 밥알 속에서 피어오르는
삼색의 꽃들을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수지에 빠진 의자 / 유종인   (0) 2010.01.26
하지 무렵 / 이해리   (0) 2010.01.26
노끈 / 윤준경   (0) 2010.01.26
비에도 그림자가 / 나희덕  (0) 2010.01.26
直放 / 유홍준   (0) 2010.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