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무렵 / 이해리
한 마장이나 남은 햇볕이
상추 파는 할머닐 불러냈다
뽀얀 노을을 켜 놓은 할머니 얼굴, 앞니가 세 개
빠져 있다
광명부동산 문을 빠금 열었다가 떠밀려 나오는 함지박엔
땡볕에 그을려 싱싱한 상추들이
푸른 눈을 뜨고 파닥 거린다
딘장에 비비묵으마 을매나 꼬시다고 색시, 마
다 사 가소 사 가소
빠진 치아로 흘러나오는 구름이 화안하다
할머니 연세가 얼마세요? 나? 구십 둘
부시럭부시럭꺼낸다 꽃 피는 비닐 봉지
고맙니더 색시 고맙니더 색시
이천 원어치 흐뭇한 태양이 봉지 안에서
오물오물 상추밭을 키운다
시집 -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2005년 나남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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