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 손옥자
무심한 칼날이 고등어의 머리를 뎅겅 잘라냈다
그 때였다
쓰레기통으로 굴러떨어지는 머리에서
똑바로 뜨고
나를 쳐다보는
고등어의 눈길과 마주쳤다
커다란 두 눈에 눈물이 고인 듯 번쩍 빛이 났다
몸통만 남은
고등어는 잘린 등에 둥근 수평선을 걸고
죽은 듯 바다를 품고 있었다
고등어의 배를 가르고 창자를 꺼내니
한 줌밖에 되지 않았다
고까짓 한줌의 자존심 때문에
한 생애를 아프게 살았는지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시집 <배흘림 등잔> 2004년 문학아카데미
손옥자 시인
2001년 <심상> 으로 등단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졸업
2004년 시집 <배흘림 등잔> 문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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