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인용 자전거 타기 / 문숙

시인 최주식 2010. 1. 28. 21:57

2인용 자전거 타기 /  문숙

 

결혼이란 안장과 체인이 두 개 달린 자전거를 타는 일이지
앞사람이 페달을 밟아 뒷바퀴를 끌면
뒷사람은 발을 맞추면 된다네
마음이 합쳐지지 않으면 바퀴는 구르지 않지

 

울퉁불퉁한 길을 달리다 보면
두 바퀴를 물고 있던 체인이 쉽게 벗어나기도 한다네
그럴 땐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체인을 걸어야 하지
앞바퀴와 뒷바퀴를 묶으며 기름때를 묻히기도 한다네

 

한 번 벗어난 체인은 쉽게 고정되지 않지
시간을 흘리며 생을 낭비하기도 한다네
짐이 돼버린 자전거를 끌며 서로를 원망하기도 하지
지쳐 있는 두 사람은 목적지가 멀기만 하다네

 

각자 길을 되돌아보며
바퀴에 감긴 시간을 계산해 보기도 한다네
그러다가 문득 뒷바퀴를 돌려서 앞바퀴를 굴릴 생각을 하지
때로는 뒷바퀴가 앞바퀴를 밀고 가기도 한다네

 

《너머》2007년 겨울호

 

 

 


                                   

 

                                               문숙 시인

      경남 하동 출생
      2000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2005년 신진작가 지원금 수혜
      시집『단추』(천년의 시작)
      현재 《불교문예》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