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 유홍준
겨드랑이까지 오는 긴 비닐장갑을 끼고 수의사가
애액 대신 비눗물을 묻히고
수의사가
어딘지 음탕하고 쓸쓸해 보이는 수의사가
소의 꼬리 밑으로
팔 하나를 전부 밀어 넣는다
소의 음부 속으로 긴 팔 하나를 모두 집어넣는다
나는 본다 멍청하고 슬픈 소의 눈망울과
더러운 똥 무더기와
이글거리는 태양과
꿈쩍도 않고
性器가 된 수의사의 팔 하나를 묵묵히 다 받아내는 소의 음부를
넓적다리와 넓적다리 사이에
가랑이 사이에
빵빵하게
공기를 집어넣은 것 같은
소의 유방에 넷, 생긴 게 꼭 무슨 고무장갑 손가락 같은 젖꼭지가 넷
귀때기에 플라스틱 번호표가 꽂혀져 있는
소는 이제 소끼리
접 붙지 않는다 더 굵고 더 기다란, 인간의 팔 하고만 붙는다
계간 <시평> 2008. 봄호
유홍준 시인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2004년 '상가에 모인 구두들' (실천문학)
2006년 '나는, 웃는다'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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