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배로 자유를 읽다/ 서안나
뭉텅뭉텅 돼지고기를 썰며
김치찌개를 끓이다
보았다
티벳의 청년과 승려들이
진압대 들것에 실려
살코기처럼 너덜거리며
화면 속으로 사라지는 뉴스를 보았다
냄비 속의 찌개 거리가
망명정부의 시위대처럼 들끓고 있다
난 비만한 아랫배로
먼 나라의 뜨거운 죽음을 떠먹는다
먹는다와 싸운다와 자유라는 말은 뿌리가 같은 것일까?
대학 병원의 간호사는 노조원의 부당해고를 알리려 약을 먹었고
나는 먹기 위해 네 다리 짐승의 삶을 가로채왔다
갑자기 뜨거운 살코기 한 점 목에 걸린다
컥컥 거리며 고기 조각을 겨우 삼킨다
자유란 제 살과 피를 내주고
살덩이처럼 부드럽게 한없이 뻗어나가는 것
아랫배로 커다란 자유의 뿌리를 읽는 중이다
『서시』(200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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