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과 엇, 사이 / 김미량
앗, 과 엇, 사이 당신은 내 발등을 찍고
다리를 끌며 여러 날 당신을 미행한다
고요했던 우리 사이에 지루한 장마가 태어났다
장마에 갇혀 여러 날 들려오던 천둥소리
경쾌한 멜로디 대신 내 심장소리와 맞바꾼
새벽은 진동모드로 전환된다
비밀번호 걸린 당신의 망할 전화기
단 한번 혓바닥을 보여주고 입 다문다
앗, 과 엇, 사이 우울하게도 한사람을 잃고
나는 끊어지는 호흡을 겨우 붙여 목숨을 구걸했다
앗, 하고 방심한 사이 신은 한 쌍의 남녀를 만드셨다
제발과 재발사이 앗,과 엇,은 무릎 꿇으며 공존한다
앗, 과 엇, 사이에 척, 어둠 한 장 누가 붙여 놓았나
눈 먼 내가 기억을 더듬거리며 집을 찾는데
당신이라는 통증이 내게 붙었다
이 접착제는 강력한 우울증으로 만든 것
후끈후끈 도지는 홧병의 위력이여
공증되지 않은 불륜의 사랑이여
치워라,
거룩한 변명이 적힌 별책부록이여
약국에 앉아 기다리다 읽는다
앗! 하고 아픈 부위에 붙이기만 하면
엇! 하고 통증이 사라진다는
한방습포제 두 줄 광고문
* <젊은 시인들>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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