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21세기 마녀 되는 법 / 윤진화

시인 최주식 2010. 1. 31. 19:57

21세기 마녀 되는 법 / 윤진화

 

 옆집 사내가 업소용 쓰레기봉투 버리듯 계집을 던진다. 복도에 선 옆집 가계(家系)) - 계집의 머리채를 잡는 나이 많아 보이는 여자, 맷돌 같은 시멘트 바닥에서 계집을 돌린다. 짓이겨지는 계집, 조금 젊어 보이는 여자가 빗자루로 계집을 후려친다. 우리 집안으로 스며들어 숨을 곳을 찾는 계집의 피 섞인 소리 -잘못했어요, 어머니. 잘못했어요, 애기씨. 자진모리가 구성지다. 계집의 잘못이란 사내의 숨겨둔 여자를 만나 헤어져 달라, 하소연한 잘못이란 것을 아는 나, 감시창이 달린 현관문을 연다. 나와 눈이 마주친 계집, 살풋 벌어진 옷섶을 가린다. -12층 아파트 난간에서 튕겨나간 계집, 두둥실 검은 하늘을 난다. 노란 보름달에 걸린 계집. 보습학원에서 돌아온 옆집 꼬마가 112에 전화를 한다. 우리 아파트에 마녀가 살아요. 우리 엄마가 마녀였어요. 그 찰나 -잘못했어요. 라는 주문이 틀렸는지 이내 땅으로 곤두박질하는 마녀와 빗자루,

 

  <서시> 2008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