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족필(足筆) / 이원규

시인 최주식 2010. 1. 31. 19:58

족필(足筆) / 이원규

 

노숙자 아니고선 함부로

저 풀꽃을 넘볼 수 없으리

 

바람불면

투명한 바람의 이불을 덮고

꽃이 피면 파르르

꽃잎 위에 무정처의 숙박계를 쓰는

 

세상 도처의 저 꽃들은

슬픈 나의 여인숙

 

걸어서

만 리길을 가본 자만이

겨우 알 수 있으리

발바닥이 곧 날개이자

 

한 자루 필생의 붓이었다는 것을

 

시집<강물도 목이 마르다> 2008. 실천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