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앗,과 엇, 사이 / 김미량

시인 최주식 2010. 1. 31. 19:55

앗,과 엇, 사이 / 김미량

 

앗, 과 엇, 사이 당신은 내 발등을 찍고 

다리를 끌며 여러 날 당신을 미행한다

고요했던 우리 사이에 지루한 장마가 태어났다

장마에 갇혀 여러 날 들려오던 천둥소리

경쾌한 멜로디 대신 내 심장소리와 맞바꾼

새벽은 진동모드로 전환된다

비밀번호 걸린 당신의 망할 전화기

단 한번 혓바닥을 보여주고 입 다문다

앗, 과 엇, 사이 우울하게도 한사람을 잃고  

나는 끊어지는 호흡을 겨우 붙여 목숨을 구걸했다

앗, 하고 방심한 사이 신은 한 쌍의 남녀를 만드셨다

제발과 재발사이 앗,과 엇,은 무릎 꿇으며 공존한다

앗, 과 엇, 사이에 척, 어둠 한 장 누가 붙여 놓았나

눈 먼 내가 기억을 더듬거리며 집을 찾는데

당신이라는 통증이 내게 붙었다

이 접착제는 강력한 우울증으로 만든 것

후끈후끈 도지는 홧병의 위력이여 

공증되지 않은 불륜의 사랑이여

치워라,

거룩한 변명이 적힌 별책부록이여

 

약국에 앉아 기다리다 읽는다

앗! 하고 아픈 부위에 붙이기만 하면

엇! 하고 통증이 사라진다는

한방습포제 두 줄 광고문

 

* <젊은 시인들>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