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의 처음과 끝
1. 서두는 어떻게 시작하는가
서두는 글의 첫머리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서두는 독자의 흥미를 갖게 하되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암시하도록 써야 하며, 글의 내용과 목적도 논리적인 글인 경우에는 밝혀도 좋다.
바람직한 서두의 시작
① 진솔한 자기 고백적인 기술로써 글 읽는 이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② 대개 일반적인 글에서 많이 쓰는 방법인데 기상의 변화나 장소의 환기 등으로 사실을 직접 진수하여 글읽는 이에게 다가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③ 의문형의 적절한 지시 내지는 열거로 글 읽는 이의 주의를 환기하는 방법도 있다.
④ 중국의 문장가 호적은 '전적을 이용하지 말라'는 교훈을 주고 있지만,
짧고 새로운 문구나 사항을 인용하여 참신한 느낌을 주게 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바람직하지 못한 서두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① 쓰려고 하는 글에 대한 장황한 배경 설명이나 불평은 옳은 글의 시작이라 할 수 없다.
② 글의 첫머리에 개인적인 변명을 중언부언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③ 새롭지 않은 진부한 내용이나 사상 등을 제시하는 것도 독자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서두이다
④ 사전적 정의를 인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⑤ 끝마무리가 예상되는 서두도 좋은 글의 시작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좋은 글이 되기 위한 서두의 시작은 자연스럽고 참신하며, 독자의 흥미를 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몬로의 5단계 구성법(motivated sequence)
①주의 환기
②과제 제기
③과제 해명
④해명의 구체화
⑤결언, 행동화의 촉구
글의 서두는 주의 환기이다.
서두에서 꼭 한가지 충고하고 싶은 점이 있다. 본론과 밀접하지 않는 부분을 도입부에 넣어서 독자들을 지루하게 하지 말라는 점이다. 요즘 명사(名士)들의 '수필'중에 흔히 그런 것이 많다. 수필을 마치 어떤 '교훈'이나 '훈화'처럼, 또는 선외(選外) 논설처럼 여겨 이건 틀렸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글들이 많은데 그나마도 핵심은 간단한데 도입부가 너무 지루해서 더욱 안타깝다. 이런 글들이 저지르고 있는 도입부의 오류는 대략 이런 것들이 있다.
① 공개되지 않아도 될 사생활의 지나친 공개......
남의 사생활에 독자들은 관심이 없다. 적어도 자기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위치가 아니면 지나친 사생활을 공개하지 말 일이다.
불량품을 근절하자는 내용을 쓰기 위해서는 가장 악질적인 불량품의 예를 드는 것으로 서두를 장식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뭐 딸(혹은 아들)과 언제 어느 시장에 가서 구경한 이야기부터 집안 식구들의 인물 묘사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문장 작법에서는 공사(公私)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② 극히 상식적인 것을 혼자 아는 척하고 서두를 늘어놓지 말 것......
남이 모르거나 느끼지 못한 사실로 첫 구절을 공격해야지 진부한 것으로는 안된다. 이것 역시 소위 네임 벨류가 있다는 분들의 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류의 하나다. 글에서 서두는 일종의 기습이요, 게릴라며, 협공이여야 성공적인 것이지 선전 포고를 한 후에 동원령을 내리는 식의 문장은 실패다.
③ 가능하면 도입부를 짧게 할 것
서론을 짧게 하라는 이야기는 현대인의 상식이다. 다 바쁜 사람들이니 요점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알베레스는 현대 소설의 특징으로 바로 이 긴장감을 들었다. 즉, 모파상의 <귀환>과 말로의 <인간조건>을 그는 비교했다. 모파상은 주인공을 등장시키기 위하여 바다의 묘사부터 마을, 골목, 집으로 시선을 옮겨간다. 그러나 말로는 첫 구절에서 <첸은 모기장을 들춰 올릴까? 그냥 모기장 너머로 갈겨 버릴까?>로 시작한다. 어느 글이나 현대인에겐 긴장과 요절을 처음부터 줄 수 있어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임헌영의 <처음과 끝을 하나의 線으로 연결하는 작업>에서
위의 인용문처럼 수필의 시작은 중요하며 또한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운 시작이다. 가옥의 대문처럼 수필 전체의 구조와 어울리는 시작이여야 한다.
2. 끝은 어떻게 맺는가
글의 결말은 끝맺음을 위한 요약 정리, 제시로 이루어진다. 본론을 요약한다든가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해주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며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제시 및 방향 설정도 바람직한 끝맺기이다.
그러나 수필의 경우에는 여운을 남기는 경우, 혹은 독자들이 그 뒤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여백을 남겨두고 끝맺는 경우도 있다. 뿐만아니라 드물게 볼 수 있는 경우이지만 소설에서 절정으로 서사를 구조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말은 주제를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김희보는 <문장 바로 쓰기>에서 주제법, 감상법, 대응법, 요망법, 여운법 등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다.
문장의 표현상 독자에게 큰 감명을 주는 것은 그 결말이다. 결말의 문장은 무엇보다 전체의 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효과 있는 결말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① 주제법-그 문장의 주제가 되는 생각을 마지막 단락에서 다시 한번 다루어 결말을 내는 방법. 본격적인 결말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② 감상법-감상의 내용은 필자의 인품과 인생관을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에게 주는 인상은 선명하다.
③ 대응법-서두의 내용과 대응시키는 방법이다. 문장에 익숙한 사람은 이 방법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④ 요망법(要望法)-문장의 결말에 필자의 요망이나 희망 따위를 쓰는 것은 호소하는 문장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⑤ 여운법-여운을 남기는 효과를 내는 방법으로서 지금까지의 문장 작법의 경우 흔히 사용되는 것은 자연묘사이다.
기타 다음과 같은 방법도 흔히 쓰인다.
첫째, 반성이나 자신에 대한 훈계.
둘째, 풍자나 비판.
셋째, 전체의 요약.
넷째,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감상의 인용.
다섯째, 격언이나 명언의 인용.
여섯째, 위트가 넘치는 문구.
일곱째, 의문문의 형식에 의한 의문의 제기.
김희보의 <문장 바로 쓰기>p.34
위의 5가지 방법 중 어떤 것을 쓸 것인가는 주제나 소재,
그리고 작가의 생각에 따라 효과적인 끝맺음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3. 제목은 어떻게 붙일 것인가
제목은 글의 내용이나 성격, 그리고 글쓰는 이의 성격에 따라 집필 시작 전에 붙여질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집필이 끝난 후 붙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지 제목을 붙이는 데 있어 유의해야 할 점은 글의 성격과 내용을 잘 나타낼 수 있어야 하며, 독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혹은 호감을 갖게 하는 제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쉽게 기억해 낼 수 있는 강한 인상이 남는 제목이면 더욱 좋다.
흔히 제목을 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에는 요지가 분명하지 않든가 아니면 분명한 느낌 없이 쓰여졌기 때문이다.
제목을 붙이는 방법은 대체적으로 다섯 가지가 있다.
첫째, 주제를 잘 나타내는 제목으로 붙이기
둘째, 소재로 제목 붙이기
셋째, 시간적인 개념의 문구로 제목 붙이기
넷째, 공간적인 개념의 문구로 제목 붙이기
다섯째, 시간과 공간을 섞어 제목 붙이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위의 방법은 서로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주제를 비유하는 제목인데 공간적 개념의 문구일 수도 있고 소재이면서 시간적인 개념의 문구일 수도 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위의 패턴에 의해 제목을 붙이되 문예문의 경우에는 비유적인 표현이 적절하며, 실용문의 경우에는 주제나 소재를 제목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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