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 장재원
지금 뜨거운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미사일표 압력솥에 쌀알 같은 이념 한 움큼, 연둣빛 완두콩 서정도 약간, 피와 살이 되는 밥을 짓듯.
눈빛만으로 전언하는 은유의 우윳빛 뜨물 알맞게 붓고, 단단한 혁명 공약으로 박힌 마그마의 심지 불 댕겨 새파란 시혼詩魂 작렬함에 따라 시작된 알루미늄 솥 속 뜨거운 혁명. 칙,칙,칙, 정수리로 연실 하얀 피가 솟아오르고 딸각딸각, 우뇌, 좌뇌, 모든 세포가 울컥울컥, 하얀 쇠솥단지가 달걀처럼 익어가는 저녁, 휴우, 설익은 산문도 시가 되는 패자의 김빠진 선언도 백기를 들 때 자작자작 사랑의 훈김, 은근한 조탁으로 마지막 정성 어린 뜸을 들이고 나면, 격렬했던 격전장에는 생명의 성찬을 위해 즐겨 희생된 언어의 씨앗들, 따뜻한 밥 한 그릇, 비로소 완성된 혁명의 땀 닦으며 고귀한 찰밥을 든다.
시집「왕버들나무, 그 여자」2008 리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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