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火葬을 하다 / 서동인
보신탕 집에서 얻어 온 똥개 뒷다리를
가스렌지에 올려 두고 깜빡 잠이 들었다
어린 날 폐가 우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검둥이의 비명 소리에 눈을 뜨자
세상에, 방 안 가득 살점 타는 냄새라니,
검게 그을린 냄비 속의 잿더미를 보면서
까맣게 타들어 가는 내 살갗을 꼬집어보았다
장송곡을 빠르게 연주하듯 환풍기를 돌려도
살점 타는 냄새 진동하는 내 방이 화장터라니,
어디서 고기 타는 냄새가 난다고
개가죽 같은 옷을 걸친 다음날 출근길
지하철 승객들이 코를 씰룩거리는
개 같은 내 인생이라니,
저수지에 빠진 후배를 火葬한 그 해 봄날도
내 몸에선 살점 타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시집<가방을 찾습니다> 2008. 리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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