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꽃섬, 가다 외 1편/ 서동인

시인 최주식 2010. 2. 2. 22:32

꽃섬, 가다 외 2편/ 서동인

 

  오라는 말 없어도 달려갑니다 바다가 피우는 꽃, 뚝뚝 떨어지는 붉은 섬을 보러 갑니다 꽃소식에 놀란 종착역 기차가 바다로 도망칩니다 파도가 기적을 울립니다 꽃섬의 동백은 꽃으로만 피지 않습니다 횟집의 해삼, 멍게, 개불도 꽃으로 피어납니다 피고 지는 일이 어디 꽃뿐이겠습니까 저녁에 피어난 방파제 가로등도 아침에는 동백으로 떨어집니다 먼 바다 불빛 가물거릴 때 그대 입 속에 피어난 꽃 한 송이 제 아랫도리에서 떨어집니다 꽃섬 입구 여인숙은 온통 꽃비린내로 몸살을 앓습니다 밤새도록 뚝, 뚝 떨어지는 비명소리에 서울행 첫차가 바다를 출항합니다

 

파도는 경전을 쓰고 / 서동인

 

 절, 절, 하면서 울어보셨나요?

 

 벼랑 끝 영구암의 종소리 수행 중인 바다를 흔들면

 뒤채이는 파도가 경전을 씁니다

 남해바다 빛을 훔친 죄로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한 금오산 거북의 사연,

 수평선이 밑줄을 그었습니다

 가끔씩 행간을 가르는 고깃배들이 멀미를 합니다

 

 날마다 경전을 읽는 물새의 부리가 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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