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 孤單 / 윤병무
아내가 내 손을 잡고 잠든 날이었습니다
고단했던가 봅니다
곧바로 아내의 손에서 힘이 풀렸습니다
훗날에는, 함부로 사는 내가 아내보다 먼저
세상의 만남과 손을 놓겠지만
힘이 풀리는 손을 느끼고 나니
그야말로 별세別世라는 게 이렇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날이 오면, 아내의 손을 받치고 있던
그날 밤의 나처럼 아내도 잠시 내 손을 받치고 있다가
내 체온體溫이 변하기 전에 놓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는 아내 따라 잠든
내 코고는 소리를 서로 못 듣듯
세상에 남은 식구들이 조금만 고단하면 좋겠습니다
『현대시』(200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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