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 장정자
꽃 피우면서 늙는 나무가 있다
꽃 피면서 죽는 나무가 있다
업고 뛰던 메뚜기는 잡혀서도 업고 있다
짝짓기 끝낸 수컷을 암놈 사마귀가 아작아작 먹고 있다
부채질하다 알이 깨어나자 탈진해 죽은 수컷 얼룩동사리
큰가시고기 둥지 지어 천 개의 알을 낱낱이 흔들어주다 파리해져 죽다
그 다음날 부화된 새끼들 아비를 먹다
까치에게 들킨 꼬마물새 떼 어미, 날개 부러진 척 절뚝절뚝 걷고 있다
물자라 수컷, 등에 잔뜩 실린 알에 눌려 납작하게 헤엄치고 있다
남생이는 파낸 구덩이에 열두 개의 알을 낳았다 여덟시간이 걸렸다
긴 산고에 뒷다리가 주저앉아 겨우 겨우 우포늪에 몸을 담는 남생이
각시붕어가 긴 산란관을 통해 조개 속에 알을 낳는다 조개를 툭툭 건드려 본 다음이다
바위 구절초도 갓 피어날 때는 발갛다
나무도 새순 틔울 때는 빨간 액막이칠을 한다
시집 <뒤비지 뒤비지> 2008.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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