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자연産?
한상림
나이를 거꾸로 먹는 세상이다. 사십이 되면 그 사람이 살아온 모습이 얼굴에 나타난다고 하던 옛말은 이제 별 의미 없는 말이다.
젊은이든 나이 든 사람이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모습대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자연은 정직하다. 봄에는 새순이 돋이 쑥쑥 자라다가 한 여름 햇살에 진녹색 숲이 되고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찬 바람이 불면 밑거름이 되기 위해 조용히 낙하할 줄도 안다.
이즈음 티비에서 팽팽해진 얼굴의 탈렌트들 모습을 자주 보면서 나도 모르게 " 저 사람은 어디를 뜯어 고친거지? , 어머나 저 애 좀 봐..엄청 딴 사람이 됐네..." 하면서 성형한 그들의 얼굴을 세세히 들여다 보게된다.
인터넷에 탈렌트, 영화배우 아무개 어릴적 사진 공개, 성형전과 후 사진등이 공공연히 떠돌아 다닌다. 한참 티없이 자라나야 할 우리의 아이들까지 외모에 호기심을 가지고 수시로 들여다본다.
그들의 직업상 아름다워지고 젊어져 보여야 함은 잘 알지만 지나치게 유행처럼 번져가는 성형수술! 티비의 영향이 크다. 미인의 기준을 외모에만 치중하는 현실, 다만 보여지는 것, 외적인 아름다움을 우선으로 하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병이 우리 자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걱정이 앞선다.
성형미인의 표본인 그들의 모습들을 보고 이제 일반 사람들까지 덩달아 성형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갓 피어나는 고3 예비대학생들마저 기회는 이때다 싶어 얼굴에 칼을 댄다. 쌍꺼풀은 기본이고 코수술까지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 성형수술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여고 1년생인 딸아이 친구들도 방학중에 쌍꺼풀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얼마전에 성형에 중독된 것 마냥 수시로 얼굴에 손을 대는 한 사람을 만났다.직업은 외국 관광객가이드, 독신으로 사는 사십 대 중반인 그녀, 내가 듣기로는 이미 몇 년전에 얼굴에 2천여만 원을 들여서 코도 세우고 입술도 약간 도톰하게 뒤집어 색소도 넣고, 광대뼈도 깎고 얼굴 양볼에 지방도 넣었다고 들었다. 남달리 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가 얼굴을 죄다 뜯어 고치고보니 마치 러시아 여자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한다.
내가 그녀를 만났을때는 열흘 전 다시 얼굴에 손을 대서 갓 붕대를 풀었다는데 십 년은 더 젊어 뵈었다. 머리 속에 바늘구멍을 내어서 이마와 눈가를 잡아당겼고, 아랫 눈꺼풀 밑부분의 지방을 제거하여 나이들면서 생기는 팬더곰 모습의 다크서클도 지웠단다.
그리고 양 볼에는 보톡스를 넣고, 입술도 뒤집고..이미 오래전에 세운 코를 다시 세웠는데 칼날처럼 날카롭고 인형처럼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오히려 자연미가 하나도 안 느껴질 정도였다. 콧망울은 귀밑의 연골을 잘라서 더 집어 넣어 콧구멍이 잘 안보이도록 만들었단다.
나이들면 턱부분이 쳐지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잡아당겨 귀 뒷부분에 고정시킨다고 한다. 실로 연결하여 늘어진 부분을 팽팽하게 만드는것을 매직이라고 한단다. 곱슬머리를 쫙 펴는 파마를 매직이라고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마술같은 매직, 역시 매직은 놀랍다. 얼굴에 나타난 흔적을 감쪽같이 지워버린다.
손이 말라서 주름이 지면 한 쪽에 400만 원씩 양쪽 800만 원을 들이면 자기의 지방을 손등에 넣어서 통통하게 만들 수 있단다. 그녀는 헬스로 젖가슴 위의 살을 단단히 만들고 있는데, 가슴도 성형을 할거란다. 가슴을 빵빵하게 만든 후 살 속에 실을 넣어 가슴이 팽팽하게 위로 달라붙도록 잡아 당길 수 있다는데 역시 그것도 "매직"이라고 한단다.
그녀는 현재 밥은 하루 한끼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고구마랑 무슨 비싼 외제 식품 즉 프로테인 식품을 매일 먹으면서 몸의 근육을 만드는 중이란다.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기회만 되면 수술을 하고 수시로 거울을 들여다 보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그녀.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혀 거액의 돈을 들여 자유자재로 몸을 만드는 성형 중독증! 심한 중독에 빠진 그녀를 보며 안타까웠다.
2년 전 그녀랑 함께 사우나에 가서 함께 쑥찜을 하고 있을때, 그녀의 성형을 사실을 모르는 일하는 아줌마들이 그녀를 이쁘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하였던 기억이 난다. 하긴 이쁘다고 해줘야만 팁이라도 한 푼 더 나올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팽팽한 이마에 계란형 얼굴, 작고 갸름한 현대판 얼굴로 만들었으니 미인이라고 치켜세울만 하다.
어릴적 그녀 사진을 보니 전혀 딴 사람이었다. 성형수술 전 성인 모습이 오히려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서 지금보다 오히려 친근감 있어 보였다. 만들어 놓은 얼굴은 너무 완벽해 보여서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과 딱딱하고 어색한 얼굴 경직된 근육이 느껴져서 부자연스러웠다.
자기 나이에 맞게 살아야지, 억지로 뜯어 고쳐서까지 자기 나이보다 훨씬 젊어 뵈고 싶은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데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할 것이다. 공장에서 공산품 찍어내 듯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전염 되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너도 나도 성형 중독에 빠지게 될 부작용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부모로 부터 물려 받은 모습 그대로 마음과 몸을 가꾸면서 살아가는 것이 훨씬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고라든가 선천적인 기형등으로 심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성형수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 이상도 없는데 나이보다 젊어뵈고 예뻐 보이고 싶은 지나친 욕망으로 얼굴에 손을 대는 사람들을 보면 염려스럽다.
내적인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겉모습만 번지르하게 가꾸고 싶은 사람들, 주변에 먹고 살기 힘들다고 목숨까지 버리는 가난한 이웃들도 많다는 걸 생각하며 좀 더 겸손해 질 수 있는 미덕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태초에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창조하시고 말씀 하시기를."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하셨다. 아름다운 꽃도 시들고 떨어질 때가 되면 저항없이 떨어질 줄 알 듯이, 자연에 순응하면서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가는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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