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 단상 / 복효근
출토된 청동숟가락들은
끝이 날렵한 잎사귀 같다
그 숟가락잎사귀가 땅을 뚫고 하늘 높이 자라면
수천수만의 푸른 잎사귀숟가락들이
먼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햇살과
바람과 눈과 비와
그리고 구름을 숟가락질할 터인데
그렇다면 죽음은 얼마나 맛있는 우주의 성찬에
배가 부를 것인가
그러니까 활엽수의 푸른 잎사귀란
푸른 하늘을 저 지하에 퍼 담는 숟가락이겠다
할진대, 저승 또한 얼마나 환할까
아니 어쩌면
숟가락은 작은 노를 닮기도 해서
아득한 날들에 부장된 숟가락들이 자라서
세상의 하늘을 작은 노들로 뒤덮었는지도 몰라
귀 기울이면 나무 우듬지를 타고
들려오는 파도소리 노 젓는 소리
우리 별은 지금 어느 별자리 곁을 헤쳐 가고 있는지
그러니까 숟가락질이란
다른 세상 다른 우주를 퍼 담는 일, 혹은
머언 또 하나의 우주를 향해 노 저어가는 일
그 어느 쪽이라 해도
숟가락 아니면 이승도 저승도 어렵겠다
식탁 위에 놓인 숟가락이
어느 먼 세상 가리키고 있다
<정신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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