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산세수 / 공광규
나의 먼 친척 할머니 한 분은
얼굴과 몸매가 아주아주 절세여서
지나던 여자들이 되돌아보고 되돌아보고
남자들도 집 앞에서 서성거렸다는데요
절세미인을 둔 할아버지는
하루도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어
할머니를 대문 안에 가두고는 대처 한 번 안 가고
동네 논밭으로만 빙빙 돌다 일찍 죽었다는데요
할아버지 사십구재를 한 고개 너머 작은 절
젊은 중 하나가 대문을 들락거리며 지분대자
할머니의 할머니가 남자 잡아먹는 년이라고 호되게 다그치자
세숫대야에 염산을 붓고는 그만 얼굴을……
시집<말똥 한 덩이> 2008.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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