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염산세수 / 공광규

시인 최주식 2010. 2. 3. 22:15

염산세수 / 공광규

 

나의 먼 친척 할머니 한 분은

얼굴과 몸매가 아주아주 절세여서

지나던 여자들이 되돌아보고 되돌아보고

남자들도 집 앞에서 서성거렸다는데요

 

절세미인을 둔 할아버지는

하루도 불안하지 않은 날이 없어

할머니를 대문 안에 가두고는 대처 한 번 안 가고

동네 논밭으로만 빙빙 돌다 일찍 죽었다는데요

 

할아버지 사십구재를 한 고개 너머 작은 절

젊은 중 하나가 대문을 들락거리며 지분대자

할머니의 할머니가 남자 잡아먹는 년이라고 호되게 다그치자

세숫대야에 염산을 붓고는 그만 얼굴을……

 

시집<말똥 한 덩이> 2008. 실천문학사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0) 2010.02.03
윗몸일으키기 외 1편 / 정익진   (0) 2010.02.03
바다 가마솥 / 정명하   (0) 2010.02.03
숟가락 단상 / 복효근   (0) 2010.02.03
비림(非林) / 윤병무   (0) 201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