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바다 가마솥 / 정명하

시인 최주식 2010. 2. 3. 22:15

바다 가마솥 / 정명하

 

왜 날아오르지 못할까

날개는 왜 돋아나지 않는 것일까

그렇게도 장수한다는

거북이는 납작 엎드려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새 발자국 찍힌

모래 위를 엉금 엉금 기어가며

눈을 껌벅거린다

 

무슨 큰 죄나 지은 것처럼

도끼날이라도 떨어질까봐

머리를 조금 내밀었다가

다시 집어넣는 소심함이라니!

 

무쇠가마솥 같은  등짝 속에 숨은

거북아, 네 죄가 크긴 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