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중 -신석정(1907~1974)
하도 햇볕이 다냥해서
뱀이 부시시 눈을 떠 보았다.
-그러나 아직 겨울이었다.
하도 땅 속이 훈훈해서
개구리도 뒷발을 쭈욱 펴 보았다.
-그러나 봄은 아니었다.
어디서 살얼음 풀린 물소리가 나서
나무움들도 살포시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머언 산엔 눈이 하얗다.
핸 멀찌막이 경칩(驚蟄)을 세워 놓고
이렇게 따뜻하게 비칠 건 뭐람?
-그러나 봄 머금은 햇볕이어서 좋다.
(후략)
무공해 청정 자연파 시인의 시답게 맑고 순진한 이 시는 “그러나 입춘(立春)은 카렌다 속에/숨어 하품하고 있었다”로 끝난다. 오늘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입춘방 대문에 붙이고 봄맞이하는 날. 그러나 ‘입춘 거꾸로 붙였나’는 속담 있듯 추위 매서운데. 그래도 강물 풀리는 우수, 정말로 개구리 뱀 뛰쳐나오는 경칩 멀지 않았으니. 당양한 햇볕은 봄빛 머금고 있으니.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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