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6월 / 엄원태

시인 최주식 2010. 2. 7. 21:30

6월 / 엄원태

 

                                                           1

  이 초록 공단엔 소음과 매연이 없다. 삼교대 작업반이 연이어 투입된다. 소리쟁이반과 교대한 지칭개반이 대충 일을 마칠 무렵이면, 어느샌가 보리뱅이 작업반이 한창 작업 중, 뭐 그런 식이다. 당연히 태업이나 파업 따위도 없다. 일단의 두상화들 수정 공정이 끝나면 전심전력, 꽃대 밀어올리기 작업이 진행된다.

 


                                                            2

  촛불집회가 오십 일째 계속되자, 조뱅이 노조원들이 목화솜털 같은 두건들을 쓰고 침묵시위에 들었다. 소리쟁이 작업반장은 끝내 분신을 기도했다. ‘대토대물’ ‘딱지’ 벽보가 덕지덕지 붙은 모퉁이 담벼락 아래, 햇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3

  포도밭엔 콘크리트 기둥들만 남았다. 망월동 묘역이거나, 국립묘지 같았다. 하지만 애도와 추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개망초 전경 열 개 중대가 원천봉쇄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구 살포해놓은 소화기 분말 같은 흰 꽃송이들만 자욱했다. 연밭엔 부평초들이 가득했다. 시청 앞 광장 같았다.

 


                                                             4

  조립주택 별장 마당엔 접시꽃 기지국이 있다. 허술한 블록담 너머 기우뚱, 쓰러질 정도로 부쩍부쩍 키만 키우는 타전打電이 있다. 마당 한 귀퉁이 능소화도 한창이다. 접시안테나로는 미진한 듯, 트럼펫 같은 전언들로 가득하다. 당신이 오래, 거기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