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아버지의 세탁소 / 이상갑

시인 최주식 2010. 2. 7. 21:30

아버지의 세탁소 / 이상갑

 

아버지는 고성읍에서 유명한 목수였다

타당 타당, 못대가리를 잘도 장단 맞춰 때려가며

십남매 먹여 살리던 망치소리

종일 일 하시고 집에 돌아오시면

올망졸망 엉겨 붙는 자식들 떼어놓고

스피커에서 쟁쟁 울려오는 소리 따라

손수 일을 하시던 가야극장으로 공짜 영화 보러 가셨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는, 거리에 붙어 나불대는 포스터들

미워도 다시 한번, 동백아가씨, 떠날 때는 말없이…

중학생 까까머리 나는 집 나서는 아버지가 궁금하였다

 

“아버지 어디 가시나요?”

“세탁소에 갔다 오련다.”

 

가야극장은 아버지 머리를 식히는 세탁소였다

 

지난해 명절날 아버지 산소에 갔는데

아직도 자식 걱정에 머리를 세탁하시는 지

잔디를 네 번이나 심었어도 여전히 민머리다

 

  <구름 파도를 타고> 이상갑 유고시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