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 김영남
봄 잔디가 생각났으리라, 고양이 한 마리
할머니도 그리워하다가
고운 입술 내려놓고 저렇게 졸고 있으리라
미워하면 안 되느니라
해코지하느니라, 하는 말씀
흰 수염들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으리라
깰까, 놀랄까, 야옹하며 발톱 치켜들까
살금살금 다가가 입술 살며시 포개 보는데
좋은 듯 싫은 듯 움찔움찔하여라
새끼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마을에 분양하고 또 한 마리는 산 너머에 분양했는데, 마을 고양이 어미 몰라보고 앙칼지게 대들어 집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그 어미 고양이 아닌가 싶어라
바람 부니 고개 떨구고 흐느끼는 듯싶어라
노루귀도 분홍 눈으로 바라보고 있고, 어머니 어머니 부르는 소리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고
웹진<문장> 200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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