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태양의 뒤편 7 / 유행두

시인 최주식 2010. 2. 7. 22:08

태양의 뒤편 7 / 유행두

 

가난에 물려본 짐승이면 안다

신용불량자는 무섭다는 걸

아버지를 중환자실 비싼 침대에 눕혀놓고

동생은 주유소 아르바이트로 보내고

꼬박꼬박 이자에 이자가 붙는

사채업자보다 무서운 짐승이다

심장을 물어뜯어 팔딱거리게 하고는

슬픔을 분양해주면서

행복은 카드 무이자 할부는커녕

부은 몸뚱이의 장기는 사주지 않는다

빚쟁이에게 쫓겨 다닐 때만 해도 그렇다

이삿짐은 번번이 지하에 가둬 놓아야하고

전화기는 꺼져 있어야 한다

비가 오면 쉬어야 하고

햇빛 부신 날 일용직은 간당간당 하면서

아버지 영정사진 앞에서도

일당을 걱정해야 하는

불량딱지 몸뚱이 정말 무섭다

 

 

시집 <태양의 뒤편> 2009.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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