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매화 - 서정주(1915∼2000)

시인 최주식 2010. 2. 23. 00:04

매화 - 서정주(1915∼2000)

매화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매화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매화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매화 소식 북상하고 있습니다. 사군자 중 으뜸인 매화 시 고르고 고르다 또 서정주 시입니다. 삼라만상 봄기운에 뺨 비비는, 춘심(春心)이 알큰하고 살갑게 감각으로 전해져서입니다. 서구 현대시를 연 T S 엘리엇은 “사상마저도 장미의 향기로 표현하라”고 주문했는데. 매화향은 나지 않고 사상이니 지조만 매화 등걸처럼 칙칙한 시 속에서 이 시 천지간, 언어마다 매화 향기 풍기며 심혼(心魂)을 동(動)하게 하네요.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