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물도 봄을 기다린다 -최금녀(1941~ )
백통으로 만든 새 두 마리가
날 자신이 생겼다는 듯 마당에서
날개를 뒤로 모아 푸드득거리고
깎아 만든 나무오리 다섯 마리가
주둥이를 더 높이 쳐들고
막 달려갈 기세이고
모처럼 거풍 나온 오리털 이불 3개는
빨래 줄에서 기분이 좋은 듯 흔들 흔들
입 꾹 다물고 과묵했던 파벽조차
빙그레 홍조를 띄우는 봄날,
그들 속에 끼어들어 나도
토요일 오후를 건들 건들
배 부풀어 오른 오리털 이불이
주책없이
나일론 빨랫줄을 끊어먹을까 걱정하며.
설 쇠고 며칠 눈 속 깜짝 추위에도 봄 머금은 햇살 더욱 다사롭더니. 점차 차오르는 양광(陽光), 이젠 정말 거풍(擧風)하기 좋겠군요. 쇠로 만든 새 나무로 만든 오리도 날개 파닥거리고, 이불도 햇살 바람에 지난겨울 털어내며 무생물들도 봄을 맞고 있는데. 귓불 스치는 살가운 바람, 눈썹에 얹히는 햇살에 우리네 사람들이야 어찌 춘정(春情) 일지 않겠어요.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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