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나비효과 - 정시언(1959~ )

시인 최주식 2010. 2. 23. 00:05

나비효과 - 정시언(1959~ )

5백 년 전 공력 높은 스님이

등신공양 바라밀로

불현듯 온몸이 타올라

혼까지 타올랐다는 것이고

5백 년 후 시시한 사내 하나가

마파람에 헤벌쭉

성산읍 신풍리 내끼 올레길

밤도둑처럼 걷다가

온몸 타올라

동백꽃잎으로

녹아내린 것이어서,

인체자연발화현상

이것이 기이할 뿐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킨다는 이 기상이론은 세계화시대 모든 분야에 원용되고 있는데. 최근 제주에 정착한 이 시인 태평양 건너온 남풍 맞으며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네요. 지금 제주에선 한창인 동백꽃처럼 붉게 피어오르다 지고 있네요. 500년의 너와 나 분간 너머 천지만물이 내 한 몸 안에서 자연발화돼 부르는 게 봄 아니던가요.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