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비프가스·돈가스 [중앙일보]
비프가스·돈가스에는 왜 ‘가스’란 말이 붙었을까. 여기에서의 ‘가스’는 영어 ‘커틀릿(cutlet)’의 일본 발음에서 유래한 것이다. ‘커틀릿’은 쇠고기·돼지고기 등을 납작하게 썰거나 다진 뒤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요리를 가리킨다.
일본 사람들은 이 ‘커틀릿’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가쓰레쓰(カツレツ)’라고 불렀다. 이것을 줄여 다시 ‘가쓰(カツ)’라고 칭했다. 쇠고기를 뜻하는 ‘비프(beef)’는 ‘비후’로 발음함으로써 ‘비프 커틀릿(beef cutlet)’이 ‘비후가쓰’가 됐다.
‘돈가스’는 ‘포크 커틀릿(pork cutlet)’을 이르는 말이다. 일본인들이 ‘돼지 돈(豚)’자를 붙여 ‘돈가쓰(とんカツ)’라 부름으로써 생겨난 이름이다. 우리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외래어표기원칙에 따라 ‘비프가스’ ‘돈가스’로 표기하고 있다. 영어식도, 일본식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다.
국립국어원은 ‘돈가스’의 경우 ‘돼지고기 너비 튀김(밥)’ ‘돼지고기 튀김’ 등 우리말로 바꾸어 쓰라고 권하고 있다. 하지만 설명조 이거나 요리 방식 등 의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용어여서 효용성이 떨어진다. 이도 저도 마뜩하지 않다면 원어인 ‘비프 커틀릿’ ‘포크 커틀릿’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낫겠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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