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미래의 시인에게 -박희진(1931~ )

시인 최주식 2010. 2. 27. 21:17

미래의 시인에게 -박희진(1931~ )

어디서인지 자라고 있을

너의 고운 수정의 눈동자를 난 믿는다

또 아직은 별빛조차 어리기를 꺼리는

청수한 이마의 맑은 슬기를

너를 실은 한 번도 본 일은 없지만

어쩌면 꿈속에서 보았을지도 몰라

얼음 밑을 흐르는 은은한 물처럼

꿈꾸는 혈액이 절로 돌아갈 때

오 피어다오 미래의 시인이여

이 눈먼 어둠을 뚫고 때가 이르거든

남몰래 길렀던 장미의 체온을

활활 타오르는 불길로 보여다오

진정 새로운 빛과 소리와 향기를 지닌

영혼은 길이 꺼지지 않을 불길이 되리니


나 또한 이 원로 시인같이 ‘미래의 시인’이 피어나길 바란다. 아니 앞으로도 시가 진정 새로운 빛과 소리와 향기를 지닌 영혼의 꺼지지 않는 영원한 불길이 되리라 믿는다. 앞으로의 미래, 첨단의 새로움이 아니라 과거와 전통에 혈맥을 대고 인간과 사회의 깊이를 마냥 길어 올리는 순정한 시가 대대손손 이어지기를 빈다.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