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 이영도(1916~76)
나의 그리움은
오직 푸르고 깊은 것
귀먹고 눈 먼 너는
있는 줄도 모르는가
파도는
뜯고 깎아도
한번 놓인 그대로 …
봄 신명 지핀 들녘 지나 터벅터벅 바닷가로 나아갔다. 눈 들어 바라보니 하늘과 바다가 환한 햇살로 만나 환장하게 자글거리는 수평선. 그 햇살 받으며 파도 맞으며 억척스레 바위에 달라붙은 강굴 까 술 마시며 나도 몰래 울컥하게 한 것은, 그리움일까. 청마 유치환의 시 ‘파도’와 같이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는, 저 수평선같이 포개지지 못하고 겉돌아야 하는 너와 나의 그리움이란 말이냐. 그래 오늘도 철썩철썩 파도처럼 밀려오는 그리움만이 깊고 푸른 것인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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