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은신처 / 오명선

시인 최주식 2010. 3. 23. 22:17

은신처 / 오명선

 

그가 걸어온 행적을 뒤져보면

고성방가, 노상방뇨, 음주운전, 기물파손, 공무집행방해

개도 안 물어 갈

저 습관성

여전히 진행형이다

 

몇 십 년 세 들어 살았던 교과서는

그가 가장 경멸한 낡은 방식의

소귀에 경 읽기

 

번식력 강한 그의 핑계는

심증만을 증폭시키고

사실을 은폐하려는 새빨간 술책에

내 기억의 입자들은

단호하게 끊어진 그의 필름을 잇기엔 무리

철통같은 그의 속임수를 뚫을 방법이 없다

 

그가 지난밤을 숨기기엔 안성맞춤

‘기억이 안 나’

그도 모른다는 그곳은

최고의 은신처

 

그 어떤 곳도 이보다 더 안전할 순 없다

 

<시로 여는 세상> 2010년  봄호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꼽 / 황상순   (0) 2010.03.23
목련, 色을 쓰다 / 최재영  (0) 2010.03.23
레드 시티 / 박지우  (0) 2010.03.23
피아노를 켜다 / 강여빈   (0) 2010.03.23
안개의 성분 / 장인수   (0) 2010.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