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신처 / 오명선
그가 걸어온 행적을 뒤져보면
고성방가, 노상방뇨, 음주운전, 기물파손, 공무집행방해
개도 안 물어 갈
저 습관성
여전히 진행형이다
몇 십 년 세 들어 살았던 교과서는
그가 가장 경멸한 낡은 방식의
소귀에 경 읽기
번식력 강한 그의 핑계는
심증만을 증폭시키고
사실을 은폐하려는 새빨간 술책에
내 기억의 입자들은
단호하게 끊어진 그의 필름을 잇기엔 무리
철통같은 그의 속임수를 뚫을 방법이 없다
그가 지난밤을 숨기기엔 안성맞춤
‘기억이 안 나’
그도 모른다는 그곳은
최고의 은신처
그 어떤 곳도 이보다 더 안전할 순 없다
<시로 여는 세상> 201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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