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色을 쓰다 / 최재영
백목련 환하게 들어서는 봄의 입구
그의 몸이 한그루 유곽이네
몇 날 며칠 산적같은 사내를 들이는지
어느 새 바람 한 점씩 부풀어가네
몸 안의 등불을 켜들고
색(色)을 다 쓰고 나서야
한 무리의 봄이 시끌벅적 건너갈 것이네
가슴 데이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청춘을 피울 수 없는 것
돌아보니 격정적인 생애였네
애초부터 꽃이었던 게 어디 있는가
있는대로 향기를 질러대느라
잎 보다 꽃을 먼저 피우고
속절없이 통증 한 잎씩 커가는 중이네
난봉꾼 분탕질에 딱 걸려
유난히 굼뜨게 계절을 넘기고 있네
아예 문 걸어 잠그고 들어앉았네
온통 흰 모가지 길게 빼들고
봄의 한 복판으로 뚝뚝
색(色)을 다 부리고 있네
시집 <루파나레라> 2010. 천년의시작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동아, 봄똥아 / 황상순 (0) | 2010.03.23 |
---|---|
배꼽 / 황상순 (0) | 2010.03.23 |
은신처 / 오명선 (0) | 2010.03.23 |
레드 시티 / 박지우 (0) | 2010.03.23 |
피아노를 켜다 / 강여빈 (0) | 2010.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