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마시는 북극곰 / 신형건
엄마 북극곰이
서로 몸을 감싸고 잠든
아기곰 형제를 살살 흔들어 깨우더니
아빠 북극곰이 가져온 병을 내밀었어.
아기곰 형제는 그 병을 보더니 반짝! 뜬 눈을
더 크게 번쩍! 뜨고는 좋아라 받아 마셨지.
-야, 콜라다! 정말 맛있다!
북극곰 가족이 콜라를 마시는 동안
저 아래, 사람의 마을에선
눈부신 불꽃놀이가 한창이고, 펑! 펑! 평!
축포를 쏘는 소리가 온 지구를 뒤흔들었지.
하지만 그 북극곰들은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하고는 달콤쌉쌀한
콜라 몇 병을 모델료로 챙긴 대가로
그만, 콜라 중독이 되고 말았대.
그래서 사람의 마을 가까이 와서 기웃대다가
-이 놈들아, 이젠 필요 없으니 썩 꺼져!
매몰차게 외치는 광고회사 경비 아저씨한테 쫓겨나고,
여기저기 햄버거 가게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다니는
딱한 신세가 되고 말았지.
만날 콜라만 찾으며 칭얼거리던 아기곰 형제는
엄마 곰과 아빠 곰이 주워다 준 콜라를
홀짝홀짝 마시더니 결국, 이가 다 썩고 말았대.
북극곰을 치료해 주는 치과가 없으니
아기곰 형제는 이젠 이가 아프다고 앙앙 울고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자니
엄마 곰과 아빠 곰도 눈물이 철철 날 수밖에.
요즘 북극의 빙산이 자꾸자꾸 녹는 까닭은
바로,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한 북극곰 가족의
슬프디슬픈 사연 때문이래.
온 입을 콜라로 적시고, 온 몸을 콜라로 적시고,
온 지구마저 콜라 거품으로 흠뻑 적시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욕심 때문에
북극의 커다란 눈도 질금질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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