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동시, 동화

제 5회 윤석중 문학상 수상작~콜라 마시는 북극곰 / 신형건

시인 최주식 2010. 3. 28. 23:08

콜라 마시는 북극곰 / 신형건

 

 

엄마 북극곰이

서로 몸을 감싸고 잠든

아기곰 형제를 살살 흔들어 깨우더니

아빠 북극곰이 가져온 병을 내밀었어.

아기곰 형제는 그 병을 보더니 반짝! 뜬 눈을

더 크게 번쩍! 뜨고는 좋아라 받아 마셨지.

-야, 콜라다! 정말 맛있다!

북극곰 가족이 콜라를 마시는 동안

저 아래, 사람의 마을에선

눈부신 불꽃놀이가 한창이고, 펑! 펑! 평!

축포를 쏘는 소리가 온 지구를 뒤흔들었지.

하지만 그 북극곰들은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하고는 달콤쌉쌀한

콜라 몇 병을 모델료로 챙긴 대가로

그만, 콜라 중독이 되고 말았대.

그래서 사람의 마을 가까이 와서 기웃대다가

-이 놈들아, 이젠 필요 없으니 썩 꺼져!

매몰차게 외치는 광고회사 경비 아저씨한테 쫓겨나고,

여기저기 햄버거 가게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다니는

딱한 신세가 되고 말았지.

만날 콜라만 찾으며 칭얼거리던 아기곰 형제는

엄마 곰과 아빠 곰이 주워다 준 콜라를

홀짝홀짝 마시더니 결국, 이가 다 썩고 말았대.

북극곰을 치료해 주는 치과가 없으니

아기곰 형제는 이젠 이가 아프다고 앙앙 울고

그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자니

엄마 곰과 아빠 곰도 눈물이 철철 날 수밖에.

요즘 북극의 빙산이 자꾸자꾸 녹는 까닭은

바로, 텔레비전 광고에 출연한 북극곰 가족의

슬프디슬픈 사연 때문이래.

온 입을 콜라로 적시고, 온 몸을 콜라로 적시고,

온 지구마저 콜라 거품으로 흠뻑 적시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욕심 때문에

북극의 커다란 눈도 질금질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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