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시인협회장 이건청씨 “시를 통해 환경 보호, 소외계층 격려” [중앙일보]
“시가 사람과 사회 모두에 유익하게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37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 추대된 시인 이건청(68·한양대 국문과 명예교수·사진)씨의 취임 일성이다. 이 회장은 “시의 본령은 상식과 타성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세계를 깊이 헤아려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고 사소할지라도 뭔가 깨우침을 준다”는 것이다. 시의 그런 ‘발견적인 세계’와 친숙하다 보면 실생활에도 유익하리라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그런 목적을 위해 올해 시인협회는 우선 고래를 찾아 나선다. 이를테면 고래의 생태 발견이다. 다음달 24~25일 동해안 울산 앞바다에서 ‘울산 고래문학축제’를 울산남구청과 함께 연다. 협회 소속 시인 100여 명이 참가해 ‘반구대 암각화 박물관’에서 고유제(告由祭·중대한 일을 알리는 제사)를 지낸 뒤 고래탐사선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이 환경 파괴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를 통해 경고음을 내겠다는 계획도 있다. 생태에 대한 관심은 올해 협회의 최우선 과제다.
이 회장은 “말기암환자 요양시설, 노숙자 보호시설, 교도소 등을 찾아가 소규모 시 낭송 모임도 자주 열 생각”이라고 말했다. 눈높이 낮추기다. 한용운 등 체취나 흔적을 찾기 어려운 시인들을 모아 기리는 ‘시인공원’도 추진한다. 여러 지자체와 접촉 중이다. 한용운은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혀 있어 참배 발길이 뜸하다.
이 회장은 196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한국시인협회는 회원 수가 1200여 명 정도다. 2년 임기의 회장을 선출 아닌 추대로 뽑는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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