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의 소유권 / 마경덕
바람이 나무의 깃털을 스치면 가지에 걸린 새소리, 일제히
향나무의 목울대를 치고 올라 건너 옥탑방 처마 밑으로 팔려갔다
발가락냄새 2g, 그늘 한 스픈, 저녁바람 반 국자
저울에 달아 만든 노래는 골목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인기품목
그늘을 제조하는 앞집 향나무는 참새들의 본가
나무의 발등은 새똥으로 얼룩졌다
어린 새가 뺨을 문지른 나무의 등짝
해마다 울음을 업어 키운 향나무는 Y자 새총으로 새들을 높이 쏘아 올렸다
잠든 새 울음을 흔들어보며 밤늦은 골목을 드나들었다
십년 넘게,
나는 외상으로 새소리를 들었다
점심을 먹고 새들이 잠깐 조는 사이
전기톱이 향나무의 아랫도리를 물어뜯었다. 그때
나무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수십 년 터를 잡은 텃새에게 사흘 전 이사 온 사내는 일조권을 주장했다
문서 한 장 없는 새들에게 이주비는
한 푼도 지불되지 않았다
새소리가 철거되고 골목은 시세가 폭락했다
<학산문학> 2009. 가을호
'2010 올해를 빛낸 시' 특집 <문학과의식> 201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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