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오드 아이 / 이은환

시인 최주식 2010. 4. 30. 22:17

 

오드 아이 / 이은환

 

 

한 때 내가 기르던 고양이 집을 나갔다

그는 나를 잊었다 

 

우연히 젖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사시의 뭉툭한 표정

슬픔은 그런 거다, 어쩐지 핀트가 맞지 않는

그 때 몸에서 뚝뚝 떨어지는 게 있다

 

잠시는 알아 보는 듯 멈칫하는, 

눈빛은 어느 시점에서는 마치 사실 같다 

그 순간에 서둘러 거두는 후미 같은 게 있다 

그가 남기는 발자국이 비리다, 살육이 있은 후처럼 

사랑은 낭자하다

아마도 그는 사랑을 했을 것이다

 

한 끼의 사랑이란 종종 발톱이나 이빨 사이에 딸려 나온다

상냥하게 잘 조리된 나를 드세요,

시간이 다른 시간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기도 한다

덜컹 다리 한 짝, 덜컹 팔 한 짝 깨물어 먹히며

그립다니, 

아무 때나 농후한 노래가 혀끝을 깨문다

새빨갛게 터지는 사랑 

 

고요한 밀랍 같은,  

두 눈 사이

조리개 닫히고 열리는 사이

새파란 혼불 펄펄 끓는 저녁의 안광 사이

 

거기 무엇이 있는지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거짓말일수록 달콤한지, 정말 그런지

사뿐, 공복을 핥으며 지나가는 빛나는 걸객의 눈

 

한 쪽 눈은 저 건너 다른 물빛을 보고 있다

 

*오드 아이(Odd eye):양쪽 눈의 색깔이 달라서 생기는 특이한 현상.

 

시집 <한 권의 책> 2010. 문학의전당